저녁은 샐러드 한 접시로 넘기고 물만 두어 잔 마신 채 잠드는 날이 있으시잖아요. 다음 날 아침 체중계 숫자가 1kg 가까이 올라가 있으면 더 그렇고요. 반지는 빡빡하고 눈두덩까지 부어 보이면 허탈하실 거예요.
"나는 정말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일까요?"
"굶다시피 하는데 왜 저만 안 빠질까요?"
먼저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물은 열량이 0kcal이고, 물이 지방으로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몸이 물을 붙잡아 두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 이유를 알면 체중계 숫자에 덜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정체기 원인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 실제로 있을까요?
물만으로 체지방이 늘어나는 체질은 없습니다. 체지방은 먹은 열량이 쓴 열량보다 많을 때 쌓입니다. 물을 마신 뒤 늘어난 체중은 대부분 몸속 수분이 잠시 늘어난 것입니다. 보통 하루 이틀 안에 소변과 땀으로 빠져나갑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의 원인을 열량 수지로 설명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과체중과 비만이 대부분 섭취 열량과 소비 열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성인 체중의 약 50-60%는 수분입니다. 체중 70kg인 성인이라면 35-42kg이 물이라는 뜻입니다. 체중의 1-2%에 해당하는 수분만 움직여도 체중계는 0.7-1.4kg 달라집니다. 체중계는 지방과 물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물이 오히려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2010년 PubMed에 실린 연구가 그런 예입니다. 저열량 식단을 하면서 끼니 전에 물 500mL를 마신 중장년 그룹은 12주 동안 체중이 약 44% 더 줄었습니다. 식단을 함께 조절한 결과라서 물만의 효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물이 살을 찌운다는 생각과는 반대 방향의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아침 체중계 숫자는 왜 올라갈까요?
전날 먹은 나트륨과 탄수화물이 몸에 수분을 붙잡아 두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짠 음식을 먹으면 몸은 혈액 속 나트륨 농도를 맞추려고 물을 더 모아 둡니다. 탄수화물은 수분과 함께 저장됩니다. 그래서 하룻밤 사이에도 1kg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나트륨: 짠 저녁 다음 날 아침
세계보건기구 나트륨 권고는 성인 하루 2,000mg 미만(소금 5g 미만)입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를 보면 한국인 하루 섭취량은 3,000mg 안팎입니다. 권고치의 약 1.5배입니다. 국물 요리, 김치, 장아찌가 많은 식단이라면 물을 적게 마셔도 몸은 수분을 붙잡아 둡니다.
탄수화물: 글리코젠과 함께 저장되는 물
탄수화물은 글리코젠(근육과 간에 저장되는 당)이 되어 쌓입니다. 글리코젠 1g은 물 약 3g과 함께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떡, 면, 빵을 넉넉히 먹은 다음 날 체중이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이어트 첫 주에 체중이 빨리 빠지는 것도 대부분 이 수분이 빠진 결과입니다.
호르몬 주기: 월경 전 1주일
월경 시작 전 7-10일 무렵에는 호르몬 변화로 몸이 수분을 더 머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체중이 1kg 안팎 늘었다가 월경이 끝나면 돌아오는 사례가 흔합니다. 같은 달 안에서 체중을 비교할 때는 주기를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 원인 | 몸에서 일어나는 일 | 흔한 변화 폭 | 돌아오는 시점 |
|---|---|---|---|
| 짠 음식 | 나트륨 농도를 맞추려 수분 보유 | 0.5-1.5kg | 1-3일 |
| 탄수화물 과식 | 글리코젠 1g당 물 약 3g 저장 | 0.5-2kg | 2-4일 |
| 월경 전 | 호르몬 영향으로 수분 보유 | 0.5-2kg | 월경 후 수일 |
| 오래 앉거나 서 있기 | 다리 쪽으로 수분 정체 | 저녁 부기 | 하룻밤 |
변화 폭은 개인차가 커서 대략적인 범위로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숫자가 하루 이틀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대개 물입니다. 문제는 몇 주째 조금씩 오르기만 할 때입니다.
먹은 게 별로 없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식사로 세지 않은 열량과 줄어든 기초대사량이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료, 소스, 간식은 하루 수백 kcal가 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며 근육이 줄면 같은 양을 먹어도 남는 열량이 늘어납니다. 체감상 먹은 양과 실제 열량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식사로 세지 않는 열량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주 먹는 음식을 찾아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커피믹스 한 봉은 약 50kcal입니다. 하루 3봉이면 150kcal, 한 달이면 4,500kcal입니다. 체지방 1kg을 약 7,700kcal로 계산하면 한 달에 0.6kg 가까운 양입니다.
- 믹스커피, 달콤한 라테, 과일주스
- 샐러드 드레싱과 찍어 먹는 소스
- 식사 준비 중 맛보는 한두 입
- 저녁 이후 가벼운 간식과 술안주
줄어드는 기초대사량
기초대사량(가만히 있어도 생명 유지에 쓰이는 에너지)은 하루 소비 열량의 약 60-70%를 차지합니다. 근육은 30대 이후 10년마다 3-8%씩 줄어든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도 함께 낮아집니다. 20대와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붙는 까닭입니다.
끼니를 자주 거르면 몸은 에너지를 아끼는 쪽으로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굶었다 폭식하기를 되풀이하면 근육은 줄고 체지방 비율은 올라가기 쉽습니다. 기초대사량 저하 증상
수면과 스트레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올리는 호르몬(그렐린)은 늘고 포만 신호(렙틴)는 줄어든다는 연구가 여럿 보고되어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오래 높게 유지되면 복부에 지방이 쌓이기 쉽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적게 먹는다고 느끼는데 체중이 그대로라면 수면 시간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늘어난 체중은 물일까요, 지방일까요?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은 것과 살찐 것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하루 사이 1kg 이상 오르내리고 누른 자리에 자국이 남는다면 수분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체지방 1kg이 늘려면 약 7,700kcal가 남아야 합니다. 그래서 체지방은 하룻밤 사이에 크게 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몇 주에 걸쳐 허리둘레가 함께 늘었다면 체지방이 늘었을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 구분 | 수분 정체(부기) | 체지방 증가 |
|---|---|---|
| 변화 속도 | 하루 이틀 사이 급변 | 몇 주에 걸쳐 서서히 |
| 되돌아옴 | 짠 음식을 줄이면 1-3일 내 | 저절로 돌아오지 않음 |
| 눌러 보기 | 정강이에 자국이 잠시 남음 | 자국이 남지 않음 |
| 부위 | 얼굴, 손가락, 발목 | 복부, 옆구리, 허벅지 |
| 허리둘레 | 거의 변화 없음 | 함께 늘어남 |
간단한 자가 확인 방법입니다. 정강이 앞쪽 뼈 부위를 엄지로 5초 정도 꾹 눌렀다 떼 보세요. 움푹 들어간 자국이 몇 초 넘게 남으면 수분이 고여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체지방이 늘었는지는 체중보다 허리둘레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대한비만학회의 2022년 비만 진료지침은 한국인 기준을 따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대한비만학회 비만 진료지침은 한국 성인에서 체질량지수 25kg/m² 이상을 비만으로, 허리둘레 남성 90cm·여성 85cm 이상을 복부비만으로 봅니다.
여기까지는 생리학의 설명입니다. 한의학은 같은 현상을 조금 다른 언어로 풀어 왔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물살 체질을 어떻게 설명해 왔을까요?
한의학은 수분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고인 상태를 습(濕)이나 담음(痰飮)이라 불러 왔습니다. 소화기 기능을 뜻하는 비위(脾胃)가 약하면 수분 대사가 더뎌진다고 봅니다. 이는 전통 이론에 따른 설명입니다. 물이 곧 지방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습과 담음: 고여 있는 수분
습(濕)은 몸이 무겁고 잘 붓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담음(痰飮)은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몸 안에 머문 체액을 뜻합니다. 아침에 몸이 무겁고, 식후 더부룩하고, 쉽게 붓는 분들을 이런 틀로 설명해 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물살이라는 표현과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상체질과 태음인
1894년 이제마가 쓴 동의수세보원은 사람을 네 가지 체질로 나눈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출발점입니다. 이 가운데 태음인은 체격이 크고 살이 붙기 쉬운 경향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다만 경향일 뿐이고, 태음인이라서 반드시 살이 찐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도 사상체질을 객관적으로 판별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체질 이름이 생활 습관 점검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체질 이야기에 앞서 식사, 수면, 활동량을 먼저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학의 체질 개념에 대한 일반 정보는 대한한의사협회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질별 다이어트
다만 모든 부기가 식습관이나 체질에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체질 탓으로 넘기면 안 되는 신호는 무엇인가요?
며칠 사이 2kg 이상 늘면서 숨이 차거나 소변이 줄었다면 체질보다 질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심장, 신장, 간 기능이 떨어지면 부종과 체중 증가가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갑상샘기능저하증도 비슷한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병원 진료가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갑상샘기능저하증 증상으로 체중 증가, 부종, 피로, 추위를 잘 타는 변화 등을 안내합니다. 아래 항목 중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체질 문제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 며칠 사이 2kg 이상 늘고 계속 오르는 경우
- 누우면 숨이 차서 베개를 높여야 하는 경우
- 소변 양이 눈에 띄게 줄거나 거품이 많은 경우
- 한쪽 다리만 붓고 아프거나 열감이 있는 경우
- 추위를 심하게 타고 피로와 변비가 함께 온 경우
- 스테로이드, 일부 혈압약, 일부 당뇨약을 새로 먹기 시작한 경우
숨이 차서 눕기 힘들거나 한쪽 다리가 갑자기 붓고 아프다면 응급실 내원이 우선입니다. 복용 중인 약 때문에 붓는다고 느껴지더라도 약을 임의로 끊어서는 안 됩니다. 처방한 의사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셔야 합니다.
체질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무엇을 적어 보면 좋을까요?
7일 동안 아침 공복 체중, 전날 짠 음식, 수면 시간을 적어 보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짠 음식을 먹은 다음 날만 오르고 이틀 안에 돌아온다면 수분 변동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록 없이 체감만으로 체질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기록 항목 | 적는 방법 | 볼 포인트 |
|---|---|---|
| 아침 공복 체중 | 화장실 다녀온 뒤 같은 시각 | 하루 변화 폭 |
| 전날 짠 음식 | 국물, 라면, 젓갈 여부 | 다음 날 체중과 연결 |
| 수면 시간 | 잠든 시각과 깬 시각 | 6시간 미만인 날 |
| 음료와 간식 | 믹스커피, 주스, 야식 | 숨은 열량 합계 |
| 허리둘레 | 주 1회 배꼽 높이 | 체지방 변화 |
일주일 기록을 펼쳐 보면 물만 마셔도 살찐다는 느낌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대부분은 물 자체가 아니라, 물을 붙잡아 두는 식습관과 줄어든 대사량이 원인입니다. 원인이 보이면 무엇부터 바꿀지도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