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길어져 한 시간 넘게 앉아 있다가 일어나 보시잖아요. 오른쪽 엉덩이에서 종아리 바깥쪽으로 찌릿한 기운이 내려오고요. 왼쪽은 멀쩡하니 더 마음에 걸릴 거예요.
왜 하필 오른쪽만, 그것도 일어설 때만 이렇게 저릴까요?
"처음엔 쥐가 난 줄 알았어요."
"아침엔 괜찮다가 오후만 되면 다시 저려요."
한쪽 다리만 저린 데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저린 자리, 저리는 때, 함께 오는 증상을 맞춰 보면 원인이 꽤 좁혀집니다.
오른쪽 다리만 저린 건 어디가 보내는 신호일까요?
한쪽 다리만 저릴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곳은 허리입니다. 허리뼈 사이에서 나온 신경뿌리가 눌리면 그 신경이 닿는 쪽 다리만 저립니다. 다만 엉덩이 근육, 혈관, 혈당, 드물게는 뇌의 문제도 비슷한 저림을 만듭니다.
다리 감각의 큰 줄기는 좌골신경(궁둥신경)입니다. 허리 아래쪽 신경뿌리가 모여 엉덩이를 지나 발끝까지 내려갑니다. 몸에서 가장 굵고 긴 신경이라, 지나는 길 어디서 눌려도 다리가 저릴 수 있습니다.
허리디스크가 생기는 자리도 대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해외 연구 자료를 보면 요추 디스크 탈출의 90% 이상이 두 곳에 몰립니다. 4번과 5번 요추 사이, 5번 요추와 엉치뼈 사이입니다. 두 곳 모두 좌골신경이 시작되는 높이입니다.
좌골신경통은 드문 증상이 아닙니다. PubMed에 수록된 문헌 검토에서는 평생 경험률이 13-40%로 보고됐습니다. 국내 진료 인원 통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질병코드별로 볼 수 있습니다. 좌골신경통은 M54.3, 척추협착은 M48.0 코드로 집계됩니다. 허리디스크·척추관협착증 설명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질환명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증상은 몇 개나 해당하나요?
- ☑ 30분 이상 앉았다 일어날 때 저림이 심해진다
- ☑ 기침·재채기를 하면 다리로 찌릿하게 뻗친다
- ☑ 걸으면 저리고,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숙이면 풀린다
- ☑ 허리보다 엉덩이 한가운데가 더 뻐근하다
- ☑ 양쪽 발끝이 양말을 신은 듯 둔하다
- ☑ 한쪽 다리가 붓고 만지면 따뜻하다
체크한 항목이 어느 원인과 이어지는지 바로 아래에서 짚어 보겠습니다. 허리디스크 초기 증상
허리, 엉덩이, 혈당, 혈관 가운데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오른쪽 다리 저림의 원인은 크게 다섯 갈래입니다.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이상근 증후군, 말초신경병증, 혈관 질환입니다. 저림이 심해지는 자세와 풀리는 자세가 원인마다 달라 구별의 실마리가 됩니다.
①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추간판(척추뼈 사이 쿠션)이 밀려나와 신경뿌리를 누르는 상태입니다. 30-50대에 많고, 증상은 대개 한쪽 다리로 내려옵니다.
- 특징: 엉덩이에서 종아리, 발까지 전기가 오듯 뻗칩니다.
- 악화 요인: 오래 앉기, 허리 숙여 물건 들기, 기침과 재채기
- 자가 확인: 바로 누워 무릎을 편 채 오른 다리를 천천히 듭니다. 30-70도 사이에서 저림이 뻗치면 신경뿌리 자극을 의심합니다. 하지직거상검사라 부르며, 통증이 심하면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② 척추관협착증
신경이 지나는 통로(척추관)가 좁아진 상태입니다. 주로 50대 이후 퇴행 변화와 함께 나타납니다. 양쪽에 오는 경우가 많지만 한쪽만 저리기도 합니다.
- 특징: 걸을수록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집니다.
- 완화 요인: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풀립니다.
- 자가 확인: 마트 카트를 밀며 걸을 때 덜 저리다면 협착 쪽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두 질환의 차이는 따로 길게 다룰 만큼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 차이
③ 이상근 증후군
엉덩이 깊은 곳의 이상근(궁둥구멍근)이 좌골신경을 조이는 경우입니다. 허리 통증과 좌골신경통 가운데 약 0.3-6%를 차지한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 특징: 허리는 멀쩡한데 엉덩이 한가운데가 뻐근합니다.
- 악화 요인: 딱딱한 의자, 다리 꼬기, 뒷주머니 지갑
- 자가 확인: 누워서 오른 무릎을 반대쪽 어깨로 당겨 봅니다. 엉덩이 안쪽이 당기며 저림이 재현되면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④ 말초신경병증(당뇨병 등)
혈당이 오래 높으면 가는 신경부터 손상됩니다. 보통 양쪽 발끝에서 대칭으로 시작합니다. 오른쪽만 저리다면 가능성은 낮아지는 편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22년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16.7%였습니다. 성인 6명 중 1명꼴입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약 절반에서 신경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잦은 음주와 비타민 B12 결핍도 비슷한 저림을 만듭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선별검사를 매년 받도록 권고합니다. 제2형은 진단 때부터, 제1형은 진단 5년 뒤부터입니다.
⑤ 혈관 질환
다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도 저림과 통증이 옵니다. 두 가지를 구별해 두면 쓸모가 있습니다.
- 말초동맥질환: 걸으면 종아리가 조이듯 아픕니다. 허리를 숙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풀립니다. 협착증과 갈리는 지점입니다.
- 심부정맥혈전증: 한쪽 다리만 붓고 뜨겁고 아픕니다. 장거리 비행, 수술 뒤, 오래 누워 지낸 뒤에 잘 생깁니다.
| 원인 | 주로 저린 자리 | 심해질 때 | 풀릴 때 |
|---|---|---|---|
| 허리디스크 | 엉덩이에서 발까지 한쪽 | 오래 앉기, 기침 | 누워 쉴 때 |
| 척추관협착증 | 한쪽 또는 양쪽 다리 | 걷기, 허리 펴기 | 앉기, 허리 숙이기 |
| 이상근 증후군 | 엉덩이, 허벅지 뒤 | 딱딱한 의자 | 일어나 움직일 때 |
| 말초신경병증 | 양쪽 발끝부터 | 밤, 쉬는 중 | 뚜렷하지 않음 |
| 말초동맥질환 | 종아리 | 걷기 | 서서 쉬기 |
문제는 표만으로 하나를 고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린 자리를 지도처럼 들여다봅니다.
저린 자리만으로 눌린 신경을 짐작할 수 있나요?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신경뿌리마다 감각을 맡는 피부 구역(피부분절)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림이 어디까지 내려오는지 보면 몇 번 신경과 관련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확정은 진찰과 영상검사로 합니다.
| 신경뿌리 | 저린 자리 | 약해질 수 있는 힘 |
|---|---|---|
| L4 (4번 요추) | 무릎 앞, 정강이 안쪽 | 무릎을 펴는 힘 |
| L5 (5번 요추) | 종아리 바깥, 발등, 엄지발가락 | 발목·엄지발가락을 드는 힘 |
| S1 (1번 천추) | 발바닥, 새끼발가락, 발뒤꿈치 바깥 | 까치발로 서는 힘 |
집에서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뒤꿈치로 열 걸음, 까치발로 열 걸음 걸어 봅니다. 뒤꿈치 걷기가 오른쪽만 안 되면 L5 쪽을 의심합니다. 까치발이 안 되면 S1 쪽입니다. 저림을 넘어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라 가볍게 넘길 신호가 아닙니다.
허벅지 바깥만 손바닥 크기로 둔하고 화끈하다면 경우가 다릅니다. 허리보다 허벅지 피부신경(외측대퇴피신경)이 눌린 사례가 많습니다. 꽉 끼는 벨트나 바지, 체중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도가 가리키는 곳이 어디든, 먼저 걸러야 할 저림이 따로 있습니다.
어떤 저림이면 기다리지 말아야 하나요?
갑자기 생긴 한쪽 팔다리 저림, 소변·대변 감각 이상, 발목 힘 빠짐은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뇌졸중이나 마미증후군(척수 끝 신경다발 압박)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원인 추측보다 응급실 진료가 우선입니다.
질병관리청은 뇌졸중의 대표 조기 증상으로 한쪽 팔다리의 갑작스러운 마비와 감각 이상을 안내합니다.
119 신고와 응급실 진료가 우선인 경우
- 다리와 같은 쪽 팔·얼굴까지 저리거나 말이 어눌해짐
- 사타구니·항문 주변이 둔하고 소변이 안 나오거나 샘
- 한쪽 다리가 갑자기 붓고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픔
며칠 안에 의료기관 진료가 필요할 수 있는 경우
- 발목이나 엄지발가락에 힘이 빠져 슬리퍼가 자꾸 벗겨짐
- 발열이나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허리 통증과 함께 옴
-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부터 저리기 시작함
- 저림이 6주 넘게 이어지거나 범위가 넓어짐
뇌졸중이 의심되면 증상이 시작된 시각이 치료 결정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막힌 혈관을 여는 약물 치료는 발병 후 4.5시간 안이 기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경고 신호 없이 서서히 온 좌골신경통은 경과가 다릅니다. 상당수가 수 주에서 3개월 사이 가라앉는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이 저림을 어떤 말로 설명할까요?
한의학에서는 다리 저림을 어떻게 설명하나요?
한의학에서는 저리고 감각이 둔한 상태를 마목(麻木)이라 부릅니다. 기혈(몸을 도는 기운과 혈액)의 흐름이 막히거나 모자라서 생긴다고 봅니다. 쓰는 언어는 달라도 막힌 자리를 찾는다는 방향은 신경 압박 설명과 닮았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저림의 결을 몇 갈래로 나눠 봅니다.
- 어혈(뭉친 혈액): 허리를 삐끗한 뒤 찌르듯 저리고 밤에 심해지는 경우
- 담음(몸에 정체된 노폐물): 다리가 무겁고 붓는 느낌이 함께 있는 경우
- 기혈 부족: 나이가 들며 서서히, 피로할수록 저림이 짙어지는 경우
이 구분은 원인을 보는 관점이지 그 자체로 진단명은 아닙니다. 맥(脈)과 혀를 함께 살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앞에서 본 경고 신호가 있다면 이 구분보다 병원 영상검사가 먼저입니다. 한의학 용어와 진료 정보는 대한한의사협회와 한국한의학연구원 자료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좁히는 첫걸음은 의외로 메모 한 장입니다.
원인을 좁히려면 무엇을 적어 두면 좋을까요?
저린 자리, 시작한 때, 심해지는 자세, 힘 빠짐 여부, 당뇨·혈관 병력 다섯 가지입니다. 저는 다리 저림 이야기를 들으면 이 순서로 여쭤봅니다. 기억에만 맡기면 흐려지기 쉬운 정보라 미리 적어 두면 쓸모가 있습니다.
| 적어 둘 것 | 예시 |
|---|---|
| 저린 자리 | 오른쪽 종아리 바깥에서 발등까지 |
| 시작한 때 | 10월 첫 주, 짐 정리를 한 다음 날 |
| 심해지는 자세 | 30분 이상 앉아 있을 때 |
| 힘 빠짐·배뇨 변화 | 까치발은 되지만 뒤꿈치 걷기가 불편함 |
| 병력 | 검진에서 공복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음 |
혈당 수치가 기억나지 않으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건강검진은 대부분 2년마다 받으며 공복혈당이 기본 항목입니다. 공복혈당 126mg/dL 이상은 당뇨병 진단 기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가운데 몇 가지라도 정리해 두시면, 진료하는 사람이 저림의 원인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리뿐 아니라 손까지 저리다면 목 쪽 신경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손 저림 원인
오른쪽 다리 저림은 하나의 병명이 아닙니다. 어느 길목이 눌렸는지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 길목을 아는 데서 다음 걸음이 정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