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입다가 허리 단추 앞에서 손이 멈추시죠. 체중계 숫자는 몇 년째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거울에 옆모습을 비춰 보면 더 그렇고요. 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둥글게 나와 있으면 마음에 걸릴 거예요. 먹는 양도 늘지 않았는데, 왜 배만 나올까요?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검진표에 복부비만이라고 나왔어요."
이 질문의 답은 체중계가 아닌 다른 숫자에 있습니다. 마른비만을 가르는 기준을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마른비만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요?
마른비만은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정상인데 체지방 비율이나 뱃살이 많은 상태입니다. 연구에서는 정상체중비만(normal weight obesity)이라고 부릅니다. 겉보기 체격과 몸속 구성이 어긋나 있다는 뜻입니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은 한국 성인의 체질량지수를 이렇게 나눕니다. 18.5-22.9는 정상, 23-24.9는 비만 전단계, 25 이상은 비만입니다. 국제 기준(25 이상 과체중, 30 이상 비만)보다 낮게 잡혀 있습니다. 같은 체질량지수에서도 아시아인의 대사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자료를 반영한 것입니다.
마른비만은 이 표의 정상 칸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그런데 몸속 지방 비중은 비만 쪽에 가깝습니다. 공식 진단명이 따로 있는 질환은 아닙니다. 그래서 연구마다 쓰는 기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체중이 정상인데 왜 '비만'이라고 부를까요?
비만은 몸무게가 아니라 몸에 쌓인 지방의 양으로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도 비만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설명합니다. 체중이 같아도 지방 비율이 높으면 같은 위험을 안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계산으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체중 60kg에 지방이 15kg이면 체지방률은 25%입니다. 몇 년 사이 근육이 2kg 줄고 지방이 2kg 늘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체중은 여전히 60kg입니다. 하지만 체지방률은 약 28%로 올라갑니다.
체중계는 이 변화를 보여 주지 않습니다. 바지 허리와 계단 오를 때의 숨이 먼저 알아챕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2년 전 세계 18세 이상 성인의 43%가 과체중, 16%가 비만이었다고 집계했습니다.
이 통계는 체질량지수로 센 숫자입니다. 체질량지수가 정상인 마른비만은 여기에 잡히지 않습니다. 몸속 지방이 많은 사람은 이 숫자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내 몸은 어느 쪽일까요? 숫자로 확인해 볼 차례입니다.
마른비만 기준 수치는 무엇을 보면 되나요?
세 가지를 함께 봅니다. 첫째는 체질량지수가 18.5-22.9 정상 범위인지입니다. 둘째는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인지입니다. 셋째는 체지방률이며, 연구에서는 남성 23%·여성 33% 전후가 대표 기준선으로 쓰였습니다.
| 지표 | 정상 쪽 | 마른비만을 의심하는 쪽 | 근거 |
|---|---|---|---|
| 체질량지수 | 18.5-22.9 | 정상 범위 안 | 대한비만학회 |
| 허리둘레 | 남 90cm 미만, 여 85cm 미만 | 남 90cm 이상, 여 85cm 이상 | 대한비만학회 복부비만 기준 |
| 체지방률 | 연구별로 다름 | 남 23.1% 초과, 여 33.3% 초과 | 2010년 유럽심장학회지 연구 |
| 허리둘레 대 키 비율 | 0.5 미만 | 0.5 이상 | 2022년 영국 NICE 지침 |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Romero-Corral 등, 2010년)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III)에서 체질량지수가 정상인 성인 6,171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체지방률 상위 3분의 1, 즉 남성 23.1% 초과와 여성 33.3% 초과를 정상체중비만으로 분류했습니다.
이 연구의 초록은 PubMed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공식 기준이 아니라 연구에서 쓴 기준선이라는 점은 감안해서 보셔야 합니다.
허리둘레는 어디를 재나요?
갈비뼈 맨 아래와 골반뼈 가장 위쪽의 중간을 잽니다. 똑바로 서서 숨을 편하게 내쉰 상태에서 잽니다. 줄자는 바닥과 수평이 되게 두르고, 살을 조이지 않습니다. 배꼽 둘레를 재면 값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허리둘레가 키의 절반을 넘나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2022년 지침에서 허리둘레를 키의 절반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키 165cm라면 82.5cm가 기준선입니다. 키 175cm라면 87.5cm입니다. 남녀 구분 없이 쓸 수 있어 간편합니다.
체지방률은 어떻게 재나요?
흔히 쓰는 체성분 측정기는 생체전기저항분석(몸에 약한 전류를 흘려 지방량을 추정하는 방법) 방식입니다. 몸속 수분 상태에 따라 값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식사 직후나 운동 직후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반복해 재야 추이를 볼 수 있습니다. 더 정밀한 방법으로는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EXA)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건강검진에는 키·체중·허리둘레 측정이 들어 있습니다. 체지방률은 기본 항목이 아닙니다. 그래서 검진표만으로는 마른비만이 절반만 보입니다.
숫자를 재기 전에, 몸이 먼저 보내는 신호도 있습니다.
집에서 먼저 확인해 볼 신호는 무엇인가요?
체중은 그대로인데 허리 치수만 늘었는지 보시면 됩니다. 팔다리가 가늘어졌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지도 봅니다. 아래 6개 항목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면 줄자와 체성분 측정으로 숫자를 확인해 볼 이유가 있습니다.
- ☑ 최근 2-3년 체중 변화는 2kg 이내인데 바지 허리가 한 치수 늘었다
- ☑ 옆에서 보면 팔다리보다 배가 먼저 눈에 띈다
- ☑ 계단 2-3층만 올라도 숨이 찬다
- ☑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낸다
- ☑ 끼니를 거르거나 굶는 다이어트를 여러 번 반복했다
- ☑ 검진에서 혈당·혈압·중성지방 중 하나가 경계로 나왔다
이 목록은 진단 도구가 아닙니다. 해당 항목이 많을수록 실제 수치를 확인해 볼 이유가 커진다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살은 안 쪘는데 왜 배만 나올까요?
근육은 줄고 지방은 배 쪽으로 모이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은 활동량, 부족한 단백질,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가 겹치면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체중은 그대로인 채 몸 구성만 바뀌는 셈입니다.
근육이 조용히 줄어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서서히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육이 눈에 띄게 줄고 기능까지 떨어지면 근감소증이라고 부릅니다. 근육이 줄면 하루에 쓰는 에너지도 줄어듭니다. 같은 양을 먹어도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쌓이기 쉬워집니다.
굶는 다이어트를 반복했습니다
식사를 크게 줄이면 지방과 함께 근육도 빠질 수 있습니다. 다시 먹기 시작하면 근육보다 지방이 먼저 채워지는 경향이 보고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몇 차례 거치면 체중은 제자리여도 체지방률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요요 원인
앉아 있는 시간이 깁니다
하루 8시간을 앉아 있으면 깨어 있는 16시간의 절반입니다. 출퇴근까지 차로 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갑니다. 다리와 엉덩이 근육을 쓰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입니다.
잠과 스트레스도 배에 남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오래 높게 유지되면 복부지방 축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 조절 호르몬의 균형이 흔들린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둘 다 체중보다 허리둘레에 먼저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보나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체형을 습담(濕痰, 몸속에 정체된 수분과 노폐물)과 연결해 설명하기도 합니다. 비위(脾胃, 소화 기능 전반)가 약해진 상태로 보기도 합니다. 사상체질(타고난 체질을 네 가지로 나누는 이론)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이어 온 분야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몸을 이해하는 한 관점입니다. 체지방률과 허리둘레를 재는 일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태를 그냥 두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마른비만을 그냥 두면 어떤 점이 문제가 되나요?
체중이 정상이어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혈당·혈압·중성지방이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2010년 연구에서는 정상체중비만 여성의 심혈관 사망 위험이 약 2.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관찰 연구라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방은 쌓이는 자리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피부 바로 아래 지방을 피하지방이라고 합니다. 장기 사이에 끼는 지방은 내장지방입니다. 이 가운데 내장지방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있어도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는 상태)과 더 깊게 얽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른비만에서 허리둘레를 먼저 보는 이유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아래 5가지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대사증후군으로 봅니다.
- 허리둘레: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
- 중성지방: 150mg/dL 이상
- HDL 콜레스테롤: 남성 40mg/dL 미만, 여성 50mg/dL 미만
- 혈압: 130/85mmHg 이상
- 공복혈당: 100mg/dL 이상
5개 중 3개, 즉 60%만 채워도 기준에 듭니다. 체질량지수 칸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체중이 정상이어도 대사증후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이 다섯 칸을 함께 보면 마른비만의 흔적이 숫자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문제는 뱃살이 마른비만 때문이 아닐 때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원인부터 확인해야 하나요?
배만 나오는 듯 보여도 마른비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갑자기 불러 오는 배, 다리 부종이나 숨참이 함께 있으면 다른 질환을 먼저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의료기관 진료가 우선입니다.
| 함께 나타나는 신호 | 먼저 살펴볼 수 있는 부분 |
|---|---|
| 6개월 사이 체중의 5% 이상이 의도 없이 줄었다 | 내분비·소화기 질환 등 |
| 몇 주 사이 배가 눈에 띄게 불러 왔다 | 복수, 간 질환, 복부 장기 문제 |
| 다리가 붓고 누우면 숨이 차다 | 심장·신장 기능 |
|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잦다 | 혈당 이상 |
가슴 통증이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 함께 오면 응급실 진료가 우선입니다. 이런 신호 없이 허리둘레와 체지방률만 높다면, 그다음은 생활을 어떻게 바꿀지의 문제입니다. 마른비만 관리 방법
체중계 숫자가 그대로라고 몸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닙니다. 줄자 하나로 확인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