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누워 있는데 두 발끝이 동시에 찌릿해서 몇 번이고 주물러 보시잖아요. 장을 보느라 오래 걸은 날이면 더 그렇고요. 한쪽만 저리면 자세 탓이려니 넘기겠지만, 양쪽이 같이 저리면 마음에 걸릴 거예요.
허리도 별로 안 아픈데, 왜 두 다리가 한꺼번에 이럴까요?
"걸으면 저리다가 앉으면 풀려요."
"발바닥에 양말을 한 겹 더 신은 것 같아요."
같은 저림이라도 이 두 문장은 전혀 다른 원인을 가리킵니다.
양쪽 다리가 함께 저리면 무엇을 먼저 의심하나요?
양쪽이 대칭으로 저리면 신경 한 가닥보다 넓은 범위의 문제를 먼저 생각합니다. 크게 세 갈래입니다. 허리 척추관이 좁아져 여러 신경이 함께 눌리는 경우, 혈당·영양 문제로 말초신경 전체가 약해지는 경우, 다리 혈관이나 수면 관련 질환입니다.
한쪽 다리만 저릴 때는 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신경뿌리 하나를 누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양쪽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신경이 지나는 통로 전체가 좁아졌을 수 있습니다. 몸 전체의 대사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쪽 다리 저림 원인
당뇨병만 봐도 그렇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Diabetes Fact Sheet 자료를 보면 30세 이상 성인 약 6명 중 1명이 당뇨병입니다.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3명 안팎으로 올라갑니다. 저림을 허리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감각이 둔하고 저린 상태를 마목(麻木, 저리고 감각이 무딘 증상)이라 부릅니다. 이름은 하나여도 원인은 여러 갈래입니다. 그래서 저림이 나타나는 모양부터 나눠 봐야 합니다.
가장 흔한 허리 쪽부터 보겠습니다.
걸으면 저리고 앉으면 풀린다면 허리 때문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걸을수록 양쪽 엉덩이와 종아리가 저리고,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풀리는 모양을 신경성 파행이라고 부릅니다. 요추 척추관협착증(허리 신경 통로가 좁아진 상태)의 대표 증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척추관협착증을 척추 안 신경 통로가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질환으로 설명합니다. 나이가 들며 인대가 두꺼워지고 뼈가 덧자라는 변화가 주된 배경입니다. 그래서 50대 이후에 흔히 나타납니다.
연도별·연령별 진료 인원 통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직접 조회할 수 있습니다.
협착증 저림에서 자주 보이는 모양
- 걷기 시작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림이 심해집니다(사람마다 수 분-수십 분).
- 앉거나 쪼그려 앉으면 몇 분 안에 풀립니다.
- 허리를 곧게 펴고 서 있거나 뒤로 젖히면 심해집니다.
- 쇼핑카트를 밀며 걸으면 덜 저립니다.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 자세라서 그렇습니다.
- 걷기는 힘든데 자전거는 오래 탈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 짐작해 볼 수 있는 구분법
저림이 올 때 바로 앉지 말고, 허리를 편 채 1-2분 서서 쉬어 보세요. 서 있기만 해도 풀리면 혈관 쪽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앉거나 숙여야 풀리면 허리 쪽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 방법은 짐작을 돕는 정도입니다. 정확한 구분은 진찰과 영상검사(자기공명영상, MRI)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걷지 않아도, 가만히 있어도 저리다면 다른 갈래를 봐야 합니다.
발끝부터 양말 신은 듯 저리면 어떤 원인인가요?
발가락 끝에서 시작해 양쪽이 똑같이 저리고, 시간이 지나며 발목과 종아리로 올라온다면 말초신경병증을 먼저 생각합니다. 양말이나 장갑을 낀 모양으로 퍼진다고 해서 양말·장갑형 저림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흔한 배경은 당뇨병입니다. 신경은 가닥이 길수록 먼저 손상됩니다. 몸에서 가장 긴 신경이 발끝까지 가기 때문에 발부터 증상이 나타납니다. 밤에 발이 화끈거리거나, 발에 상처가 나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17년 당뇨병성 신경병증 입장문에서 이 합병증이 당뇨병 환자의 최대 50%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PubMed)
혈당 말고도 신경을 약하게 만드는 것들
원인별로 함께 살펴볼 단서를 아래 표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 원인 | 저림 모양 | 함께 볼 단서 |
|---|---|---|
| 당뇨병성 신경병증 | 발끝부터 대칭, 밤에 화끈거림 |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
| 비타민 B12 결핍 | 발 저림, 걸음이 휘청거림 | 메트포르민 장기 복용, 위 절제 이력, 엄격한 채식 |
| 갑상선기능저하증 | 손발 저림, 피로 | 추위를 탐, 체중 증가, 부기 |
| 만성 콩팥병 | 다리 저림, 가려움 | 신장 기능 수치 |
| 잦은 음주 | 발 화끈거림과 저림 | 음주량과 기간 |
이 원인들은 혈액검사로 상당 부분 가려집니다. 허리 사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양쪽 저림이라면 혈액검사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저녁만 되면 유독 다리가 근질거리는 분도 있습니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밤마다 다리가 근질거리고 움직이고 싶다면 무엇인가요?
저녁이나 잠들기 전 양쪽 다리 속이 근질거리고, 움직이면 잠깐 나아진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일 수 있습니다. 저리다기보다 가만히 있기 힘든 불편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잠들기 어렵다는 호소가 함께 옵니다.
미국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INDS)는 하지불안증후군이 미국 인구의 약 7-10%에서 나타나며, 여성에게 더 흔하다고 설명합니다. (NINDS)
철분이 부족할 때, 임신 중일 때, 신장 기능이 떨어졌을 때 잘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낮에는 괜찮다가 저녁에만 심해진다는 점이 협착증과 다릅니다.
다리 혈관이 원인일 때는 어떻게 다른가요?
말초동맥질환(다리 동맥이 좁아진 상태)은 걸을 때 종아리가 조이듯 아픕니다. 서서 쉬기만 해도 풀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흡연·당뇨·고혈압이 있는 50대 이후에 더 잘 나타납니다. 발이 차고 발등 맥박이 약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정맥류는 오래 서 있은 오후에 다리가 무겁고 붓는 느낌이 앞섭니다. 다리를 올리고 쉬면 나아지는 편입니다.
여기까지는 시간을 두고 살펴볼 수 있는 원인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어떤 증상이 함께 오면 바로 응급실이 먼저인가요?
양쪽 다리 저림과 함께 대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새고, 항문·사타구니 감각이 둔해지면 마미증후군(허리 아래 신경다발이 심하게 눌린 상태)을 의심합니다. 이때는 기다리지 않고 응급실 진료가 우선입니다.
즉시 119 또는 응급실이 우선인 신호
- 대소변 장애, 회음부(사타구니·항문 주변) 감각 저하
- 며칠 사이 양쪽 다리 힘이 빠지며 점점 위로 올라옴(길랭-바레 증후군 가능성)
- 걷지 못할 만큼 갑자기 다리 힘이 빠짐
- 교통사고나 낙상 뒤에 생긴 양쪽 다리 저림
- 등 통증과 함께 가슴이나 배 아래로 감각이 둔해짐(척수 질환 가능성)
마미증후군은 처치가 빠를수록 회복이 낫다고 보고됩니다. 증상 시작 48시간 안에 감압 처치를 받은 경우 결과가 더 좋았다는 2000년 메타분석이 대표적입니다(PubMed).
야간과 휴일에 운영하는 응급실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며칠 안에 외래 진료가 필요할 수 있는 경우
- 2주 넘게 이어지거나 저린 범위가 점점 넓어짐
- 걸을 수 있는 거리가 계속 줄어듦
- 당뇨가 있는데 발 상처를 잘 느끼지 못함
-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서 저림이 생김
저림 모양에 따라 주로 살펴보는 진료과도 달라집니다.
| 주된 모양 | 주로 살펴보는 진료과 | 흔히 거론되는 검사 |
|---|---|---|
| 걸을 때 저리고 앉으면 풀림 | 신경외과, 정형외과 | 자기공명영상(MRI) |
| 발끝부터 대칭으로 저림 | 신경과, 내분비내과 | 신경전도검사, 혈액검사 |
| 걸을 때 종아리 조임, 서서 쉬면 풀림 | 혈관외과 | 발목-상완 혈압지수 |
| 저녁마다 근질거림 | 신경과, 수면 진료 | 철분 수치, 수면 평가 |
한의원에서 저림을 살필 때도 이런 경고 신호가 보이면 병원 영상검사 의뢰나 전문의 진료 연계가 먼저입니다. 원인이 가려진 뒤 증상 관리에 한방 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가리기 전에 무엇을 적어 두면 좋을까요?
저림이 언제, 어디서 시작해 무엇으로 풀리는지가 원인을 가르는 첫 단서입니다. 일주일 정도만 적어도 모양이 드러납니다. 응급 신호가 없는 경우라면 이 기록이 가장 쓸모 있는 출발점입니다.
제가 진찰 전에 먼저 여쭤보는 것도 이 네 가지입니다.
- 처음 저린 위치: 발끝인지, 엉덩이·허벅지인지
- 심해지는 때: 걸을 때인지, 가만히 있을 때인지, 밤인지
- 풀리는 방법: 앉기, 서서 쉬기, 다리 움직이기 중 무엇인지
- 함께 있는 것: 당뇨·갑상선 진단, 복용 약(메트포르민 등), 음주량, 대소변 변화
이 가운데 몇 가지라도 정리해 두시면, 진료하는 사람이 상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록하는 동안 앞의 응급 신호가 보이면 기록보다 응급실이 먼저입니다.
이 글은 2026년 11월 기준 공개된 학회·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